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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학

기후 변화가 농업 생산성과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

by jacobshouse 2025. 3. 29.

1. 서론: 농업과 기후 변화의 불가분한 관계

기후는 농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다. 온도, 강수량, 일조량, 습도, 바람 등의 기후 요소는 작물의 생장, 수확량, 병해충 발생, 수자원 이용 등 모든 농업 활동에 직결된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기후 변화는 농업 시스템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곧 식량 안보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온 상승, 극심한 가뭄과 홍수, 계절 패턴의 변화, 토양 열화 등의 복합적인 환경 변화는 지역에 따라 작물 생산성을 급감시키고, 식량 가격 변동성과 공급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기후 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주요 영향과 식량 안보에 대한 위협,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2. 기후 변화로 인한 작물 생산성의 저하

기온 상승은 작물 생장에 있어 이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온도가 높아질 경우 대부분의 작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온도는 식물의 광합성, 증산 작용, 생장 호르몬 분비 등 주요 생리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정 온도를 초과하면 생리적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생산성이 크게 저하된다. 예를 들어 벼, 밀, 옥수수와 같은 주요 곡물은 생장기에 일정한 온도 범위를 요구하는데, 기온이 상승하면 생육 기간이 단축되고 수확량이 감소하게 된다. 특히 고온 스트레스는 꽃 피는 시기에 불임을 초래하여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하며, 이는 직접적인 수확 손실로 이어진다. 이러한 영향은 일부 지역에서는 품질 저하, 저장성 악화로도 연결되어 시장 가격의 불안정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한 극심한 기후 사건—폭염, 가뭄, 홍수, 한파—은 작물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가하고, 농업 기반 시설을 파괴하며, 재배 면적의 감소를 초래한다. 예컨대 가뭄은 토양 수분을 고갈시켜 작물의 뿌리 생장과 영양 흡수를 방해하고, 홍수는 뿌리의 산소 공급을 차단하여 뿌리 썩음과 작물 폐사를 유발한다. 한파는 새싹이나 개화 중인 작물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며, 폭염은 과도한 증산 작용으로 수분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2022년 유럽 전역을 강타한 폭염과 가뭄은 밀과 옥수수 수확량을 20% 이상 감소시켰고, 남아시아에서는 극단적인 고온과 집중호우로 쌀 생산에 타격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빈번하고 강력해지고 있으며, 전 세계 식량 체계에 연쇄적인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나아가 농업 보험 부담 증가, 농산물 가격 급등, 국제 곡물 시장의 변동성 심화 등 경제적 영향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기후 변화가 농업 생산성과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

 

 

3. 농업 생태계의 변화와 병해충 증가

기후 변화는 작물뿐만 아니라 농업 생태계 전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온이 점차 상승하고 겨울철이 짧아지면서 병해충의 생존율과 번식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곧 병해충 밀도의 증가와 피해 범위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시아 지역에서는 벼멸구, 나방류, 진딧물 등의 확산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농약 사용량의 증가와 더불어 작물에 대한 내성 문제까지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결과적으로 생산비를 상승시키고, 생태계 내 유익한 곤충의 피해로 이어져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온난화는 병원균의 활성 시기를 앞당기며, 더 많은 세대가 한 해에 발생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에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던 병해충이 점차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전혀 새로운 지역에 출현하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프리카의 군나방이 남아시아 지역으로 퍼진 사례나, 지중해 파리의 북상은 기후 변화에 따른 병해충 지리적 이동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경향은 방역과 예방 비용 증가, 농산물 수출입 제한 등으로 이어지며 국제 농산물 무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편, 토양의 건조화, 염분화, 침식 등도 기후 변화에 따라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토양 열화 현상은 작물의 뿌리 생장에 악영향을 주며, 수분과 영양분 흡수를 어렵게 만들어 농업 생산 기반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특히 개발도상국과 같이 소규모 농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에서는 대응 여력이 부족해 피해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하수 고갈, 관개용수 부족 현상도 병행되어 토양과 수자원 관리가 새로운 농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업 노동력 또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면 농작업 시간이 줄어들고, 열사병이나 탈수와 같은 건강 문제가 빈발하여 노동력의 질과 양이 모두 저하된다. 이는 특히 기계화가 덜 된 지역에서 더욱 큰 타격을 주며, 여성과 노년층 중심의 농업 지역에서는 노동 불균형이 심화된다. 노동력 감소는 단순히 생산량 저하로 그치지 않고, 농촌 공동체의 사회적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빈곤, 이주, 식량 불안정이라는 복합적인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4. 식량 안보 위기와 국제적 불균형

기후 변화는 단순히 농업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식량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FAO(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가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곡물 생산이 최대 2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을 상승시키고, 특히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저소득 국가들의 식량 접근성을 악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와 유통, 저장, 재정적 접근성에 이르기까지 식량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 감소는 시장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가장 먼저 타격을 준다.

또한 기후 변화는 국가 간, 지역 간의 식량 생산 격차를 더욱 벌려 국제적인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일부 고위도 국가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작물 재배 기간이 길어지고, 새로운 작물의 경작이 가능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대다수 개발도상국은 반복적인 가뭄, 홍수, 고온 현상으로 인해 수확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식량 자급률이 하락하고 외부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곧 식량 안보 취약성 증가로 이어지며, 사회적 불안, 경제 침체, 기후 난민의 발생, 정치적 갈등과 같은 복합적인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기후 변화는 단지 농업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을 통한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전 지구적 과제이다. 식량 안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며, 사회 안정성과 인간 개발지수, 경제 회복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식량 공급의 불균형은 인도적 지원 확대를 필요로 하고, 국제 사회의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할 글로벌 거버넌스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식량 안보는 농업, 기후, 경제, 인권이 서로 맞물린 복합 위기이며, 이에 대한 전략은 다차원적이어야 한다.

5. 결론: 기후 회복력 있는 농업 체계로의 전환

기후 변화로 인한 농업과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후 회복력(climate resilience)’을 갖춘 농업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첫째, 기후 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고온, 가뭄, 병해충에 내성을 가진 작물 품종은 수확 손실을 줄이고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가능케 한다. 둘째, 지속 가능한 농업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보존 농업, 스마트 농업, 물 절약형 관개 시스템, 유기농법 등은 자원 낭비를 줄이고 토양과 수질을 보호할 수 있다.

셋째, 기후 정보 서비스와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농민들이 기후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와 국제기구는 기술, 자금, 교육을 통해 소규모 농가의 적응 능력을 높여야 하며, 글로벌 식량 유통망의 복원력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 넷째, 농업 정책은 단기적 수급 조절을 넘어서 장기적인 기후 전략과 연계되어야 하며, 이는 탄소중립 및 기후 정의 실현과도 맞물린다.

기후 변화는 이미 현실이며, 농업과 식량 안보에 있어 그 영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는 적응과 완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농업이 단지 피해자가 아닌 기후 해결의 핵심 파트너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 기술, 교육, 국제협력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식량 안보는 인류 공동의 미래를 지탱하는 기둥이며, 이를 지키는 일은 지구를 지키는 일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