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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학

식량 시스템과 기후 변화의 연결 고리

by jacobshouse 2025. 4. 9.

1. 서론: 식량과 기후, 상호의존적 위기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두 가지 주요 도전 과제는 바로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이다. 이 둘은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깊이 얽혀 있으며, 서로를 강화하거나 악화시키는 순환 구조를 갖는다. 식량 시스템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3을 차지하며, 동시에 기후 변화는 농업 생산성과 식량 공급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즉, 식량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이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고, 그로 인한 기후 변화가 다시 식량 시스템을 위협하는 이중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량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 기후 회복력을 함께 강화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2. 식량 시스템의 구조와 온실가스 배출 메커니즘

식량 시스템은 단순히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는 농업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종자 생산, 농약·비료 사용, 경작, 수확, 가공, 저장, 운송, 유통, 소비, 폐기 등 일련의 과정 전반이 포함된다. 이 중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원은 농업 활동에서 나오는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이며, 이는 주로 축산업, 논농사, 질소 비료 사용에서 발생한다.

특히 가축의 반추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온실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이상 강력하며,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약 40%가 농업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비료 과잉 사용은 아산화질소의 배출을 증가시켜 토양과 수자원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농기계 사용과 농업용 화석연료 연소, 농업 용수의 과도한 사용 또한 탄소 발자국을 증가시키며, 포장과 냉장, 장거리 운송도 식량 시스템의 탄소 배출에 기여한다. 이처럼 식량 생산과정 전반에 내재된 탄소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 전환의 출발점이다.

3. 기후 변화가 식량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기후 변화는 식량 생산성과 안정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고온, 가뭄, 홍수, 한파, 폭염 등 극단적 기후 현상은 작물의 생장과 수확량을 감소시키며, 병해충의 확산을 가속화한다. 예를 들어,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50℃에 가까운 폭염으로 밀 수확량이 15~20% 감소한 사례가 있으며, 동남아시아의 논농사는 집중호우와 가뭄이 번갈아 발생하며 일정한 수확을 보장받기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는 농업 노동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온과 수분 부족은 농작업의 효율성을 저하시켜 인력 부족 문제를 가중시키며, 이는 곧 농촌 지역의 경제적 취약성으로 연결된다. 식량 공급망 전반에서도 불확실성이 확대된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생산지 변동, 항만 마비, 운송 지연, 저장시설 피해 등은 식량의 가격 불안정성과 글로벌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저소득 국가의 취약계층에 가장 먼저 타격을 주며, 전 세계적으로 식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식량 시스템과 기후 변화의 연결 고리

 

 

4.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 전환 전략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도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식량 시스템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첫째, 기후 친화적인 농법의 확대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보존 농업(conservation agriculture), 무경운 재배, 정밀 농업(precision agriculture), 물 절약형 농법은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둘째, 저탄소 축산 기술의 도입과 가축 사료의 전환, 방목 시스템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 셋째, 농업용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고, 태양광 냉장·저장 시스템 등의 보급도 확산되어야 한다. 넷째, 식량 폐기물 감축은 전체 식량 시스템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결정적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량의 약 1/3이 낭비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33억 톤에 이른다. 이를 줄이기 위한 유통 시스템 개선, 소비자 교육, 법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5. 글로벌 식량·기후 연계 정책과 국제 협력

국제 사회는 식량 시스템과 기후 변화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다양한 정책과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FAO, WFP, UNEP, IFAD 등 국제기구들은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Smart Agriculture)’ 개념을 통해 생산성, 회복력, 감축 효과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각국은 국가 농업기후변화계획(NAP-Ag)을 수립하고 있다.

EU는 ‘팜 투 포크(Farm to Fork)’ 전략을 통해 농업의 지속 가능성 향상과 식량 유통 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국가는 농민에게 기후 정보 제공, 기후 리스크 보험 확대, 탄소시장 참여 기회를 통해 농업 부문 기후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다자간 협약으로는 파리협정 외에도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세계 식량안보위원회(CFS) 등도 식량-기후 연계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지원의 불균형, 정책 이행력 부족, 자금 조달의 어려움은 여전히 극복 과제로 남아 있다.

6. 결론: 기후 회복력 있는 식량 시스템의 미래

식량 시스템과 기후 변화는 단순히 농업과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생존과 미래 세대의 안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식량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산자, 소비자, 정책 결정자, 기업, 국제기구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요하다. 기술과 제도의 혁신, 지역 특성에 맞춘 적응 전략, 정보 공유와 교육 강화가 핵심이다.

향후에는 식량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자 행동 변화도 중요해질 것이다. 식단 전환(예: 플렉시테리언, 채식 기반 식사), 지역 식품 소비, 로컬푸드 시스템 강화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경제와 공동체 회복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은 단지 식량을 공급하는 구조가 아니라, 생태계와 경제, 건강,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통합적 시스템이어야 한다. 기후 변화 대응은 식량 시스템의 전면적 전환 없이는 완성될 수 없으며, 지금 우리가 어떤 식량 선택을 하느냐가 지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